비전2030 탈석유계획 따라 '재정도 메우고 석유 의존도도 줄이고'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태양·풍력 발전 등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에 최대 5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2023년까지 태양광·풍력을 통해 최소 10GW 이상의 전력 생산을 조달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전력발전에 낭비되는 원유를 줄여 수출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 장관은 향후 수주 안에 대규모 태양열·풍력 발전 프로그램을 입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예상 투자 금액은 2030년까지 300억∼500억달러(약 34조8600억 원∼58조1000억 원)에 이른다고 알팔리 장관은 덧붙였다. 

아울러 알팔리 장관은 2.8기가와트의 전력 생산 능력을 갖춘 사우디 최초의 상업 원자력발전소를 실행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의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 목표는 △수출할 수 있는 원유의 양 늘려 정부 세입 창출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 다변화, 두 가지다. 사우디의 실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비전 2030 경제개혁을 발표하고 경제구조를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우디는 국채를 발행하고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상장을 추진하는 등 경제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비전 2030’으로 불리는 살만 왕세자의 탈석유 계획은 장기적으로 석유 이후를 모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가의 유일한 수입원인 석유가 고갈되고 있는 탓이다. 원유 수입이 경제의 내생적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는 비전2030의 일환으로 아람코 지분 5%에 대한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만큼, 5%만 상장해도 최소 1000억 달러(한화 116조69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살만 왕세자는 여행산업과 제조업, 헬스케어, 교육 부문을 확대하고 해외 투자도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그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를 설립하겠고 공언하며 재원은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IPO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사우디 정부의 재생에너지를 향한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우디가 설치한 태양광 용량은 10MW에 불과하다. 사우디도 손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최근 몇년간 사우디 정부는 태양에너지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집광형 태양열 발전(CSP)과 태양광 발전(PV)을 혼용해 2032년까지 41G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2032년이라는 기한은 유예됐고 정부는 2040년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유가가 100달러 넘게 거래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시급성이 떨어지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유가는 끝났고 2014년 중반 유가는 폭락했다. 정부는 유가폭락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석유 자원 고갈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우디는 태양광으로 관심을 돌리는 모양새다. 2012년 설정한 태양광 프로그램을 되살리고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까지 41GW를 설치하겠다는 기존 목표는 9.5GW로 대폭 축소됐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계획은 태양광 목표치를 재수정한 것이다. 10GW로 규모는 비슷하지만 2030년에서 2023년으로 일정을 훨씬 앞당겼다. 사우디 최대 민간발전회사 아크와 파워의 최고경영자 패디 펏매너썬은 지난 12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500MW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이 진행되고 이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동 지역의 에너지 업계 판도를 바꾸게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연구원은 '아크와가 사우디 태양광 혁명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크와는 지난주 6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요르단에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건설 비용은 킬로와트 당 5.88센트로 사상 최저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닝엄 연구원은 '놀랍게도 중동은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태양광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부다비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소는 킬로와트 당 2.42센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 비용을 갈아치웠다. 그는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전력발전원이 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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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너지경제